태권도장에서 왜 피구를 할까요 — 공을 피하면서 배우는 것들 (기흥구 구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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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장 시간표에 피구가 들어 있으면 고개를 갸웃하시는 학부모님이 계십니다. 발차기를 배우라고 보냈는데 공놀이를 한다니 수업이 아깝지 않으냐는 걱정입니다. 고려대명문태권도는 태권도와 함께 피구를 비롯한 구기운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공을 던지고 피하는 이 단순한 놀이가 태권도 수련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풀어 보겠습니다.
피구에서 아이가 하는 일은 세 가지뿐입니다. 던지고, 피하고, 받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모두 태권도에서 쓰는 몸놀림과 겹칩니다. 날아오는 공을 끝까지 지켜보는 눈은 겨루기에서 상대 발을 읽는 눈과 같습니다. 옆으로 재빨리 비켜서는 걸음은 딛고 빠지는 발놀림과 닮았습니다. 공을 가슴으로 받아 안는 동작은 겁을 누르고 몸을 앞으로 내미는 연습이 됩니다.
운동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피구가 잘 맞는 이유도 있습니다. 품새나 발차기는 틀리면 바로 티가 나지만, 피구는 던지는 힘이 약해도 잘 피하는 것만으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몸집이 작은 아이, 힘이 약한 아이에게도 제 몫이 생기는 종목입니다. 마지막까지 코트에 남아 본 아이는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하는 기분을 안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만 피구는 아이의 민낯이 가장 빨리 드러나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공에 맞고도 안 맞았다고 우기는 아이, 약한 친구만 골라 맞히는 아이, 지면 주저앉아 우는 아이가 나옵니다. 가르치는 쪽에서 보면 이 순간이 오히려 기회입니다. 저희 도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가운데 하나가 배려이고, 배려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말로 설명하면 흘려듣던 아이도 공을 쥔 손에 힘을 얼마나 실을지 스스로 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직접 고민하게 됩니다.
저희 도장에는 유아와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이 다닙니다. 일곱 살 동생이 던지는 공과 6학년 형이 던지는 공은 빠르기부터 다릅니다. 그래서 피구에는 나이 차이를 메워 주는 약속이 필요합니다. 얼굴 쪽으로는 던지지 않기, 어린 동생에게는 낮게 굴리듯 던지기, 넘어진 친구는 맞히지 않기 같은 것들입니다. [관장님 확인] 이런 약속 안에서 놀아 본 아이는 힘이 세다는 것과 힘을 함부로 쓴다는 것이 서로 다른 일임을 알게 됩니다.
또 하나의 가치는 안전입니다. 다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은 공놀이 시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피구에서 다치는 장면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공을 피하다 옆 친구와 부딪히거나, 뒷걸음질하다 넘어지거나,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세게 던진 공에 맞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인원에 견주어 공간을 넉넉히 쓰고, 던지는 거리를 지키게 하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잠깐 끊어 주는 것이 지도자의 몫입니다. 신나게 끝난 경기보다 아무도 안 다치고 끝난 경기가 먼저입니다.
피구를 하고 나면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말도 달라집니다. "아까 네가 받아 줘서 살았어", "다음에도 같은 편 하자" 같은 말이 오갑니다. 혼자 하는 동작 연습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대화입니다. 낯을 가려 말수가 적던 아이도 같은 편이 되어 공을 주고받다 보면 친구 이름을 먼저 부르게 됩니다.
집에서 물어봐 주시면 좋은 질문이 있습니다. "오늘 이겼어?" 대신 "오늘 누구랑 같은 편이었어?", "공에 맞았을 때 어떻게 했어?" 하고 물어보세요. 이기고 진 결과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물으면 아이는 자기 행동을 되짚어 봅니다. 맞고 나서 깨끗하게 코트 밖으로 나갔다고 하면 그 대목을 크게 칭찬해 주세요. 규칙을 지키며 지는 법을 아는 아이가 이기는 법도 제대로 배웁니다.
물론 수업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태권도입니다. 피구는 태권도를 밀어내는 시간이 아니라, 태권도에서 익힌 눈과 발과 마음가짐을 다른 상황에 꺼내 써 보는 시간입니다. 도장에서 배운 것이 도장 밖 운동장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아이가 직접 확인하는 셈입니다.
고려대명문태권도는 구갈초등학교 가까이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온 도장이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을 엽니다. 아이가 공놀이를 좋아하는지, 몸 쓰는 일을 겁내는지 상담 때 미리 귀띔해 주시면 첫 수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문의는 [전화]로 주세요.